"영어로 당신의 성명을 적어 보신다면?"
처음 영문으로 적을 때는 물론이고 영어에 익숙해지고 영어권에 몸담고 사는 한국인까지도 누구나 아마도 크게 3가지 측면에서 혼란을 겪었을 것이다.
① 우선 성(姓. Family Name)과 이름(First Name)을 어떤 철자로 적어야 하는 지부터 고민될 것이다. 특히 개인이름이야 개성을 고려해서 자기나름대로 적어 볼 수도 있지만 문제는 '성'이다. 같은 성씨인데도 영문표기가 다른 것은 무언가 잘못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실은 강․박․정․현씨 등 고민되지 않는 성씨가 별로 없을 지경이다. 정씨는 'Jung, Jeong, Chung, Cheung'등으로 사람에 따라 제각각 쓰고 있다. 이러다보니 아버지와 아들간의 영문성명이 다른 경우도 적지 않고, 여권에 가족이름이 서로 다르게 기재되어 있어 공항 입국 절차때 통과하지 못해 따로 입국하는 경우도 생기곤 한다. 필자도 전에 아버지, 누나와 본인의 여권을 보고 정말 놀랐다. 아버지는 ‘Hyun’, 누나는 ‘Hyeon’, 필자는 ‘Hyoun’으로 제각각 다 틀리고 쓰고 있었던 것이다. 알고는 곧바로 아버지의 표기방식에 따라 ‘Hyun’으로 통일했지만 솔직히 부끄러운 경험이었다.
② 성을 앞에 쓸지 뒤에 쓸지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이는 원래 알파벳을 쓰는 나라들이 그렇듯이 영어 사용국가들은 이름이 앞에 나오는데 비해 한국은 여느 동양권 국가들처럼 성이 앞에 가기 때문이다. 원래는 자신의 뿌리(근거)이자 가족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너무나 중히 여긴 탓이다.
사실 영어로 성명을 적더라도 본래의 성명 차례대로 영문표기를 하고 불렀더라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김치동(Kim ChiDong)으로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영어를 쓰면서 영어권 국가들의 사용방식처럼 한답시고 호칭에서도 이름을 앞에 두고 성을 뒤에 쓰면서 혼선이 빚어진 것이다.
아직도 어떤 사람은 'Kim ChiDong' 'Kim, ChiDong', 어떤 사람은 'ChiDong Kim' 'ChiDong, Kim' 등 이외에도 십수가지의 제각각인 경우가 적지 않다.
③ 성명 표기에서 겪는 혼란이다.
얼마전 아시안게임에서 축구선수 최용수는 'Y S CHOI'로, 야구선수 박찬호는 'C.H. PARK', 유도선수 임정숙은 'LIM J S'로 표기되었다. 어느 축구대회에서는 차범근이 'KEUN B. CHA'로 적힌 것을 본 적도 있다. 이처럼 특정한 한 사람의 성명을 놓고 'Kim Zemin'이나 'Kim Ze min', 'Kim Ze Min'등으로 쓰이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름 표기방식이 도무지 제각각이다.
이러한 혼선은 2005년을 맞이한 지금도 늘상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영어식 표기방식과 발음 기준없이 제각각 사용하고 철자도 마구 쓰다보니 그렇다. 이런 까닭에 영어로 된 스포츠방송에서는 도무지 한국선수를 알아듣기도 구분하기도 어렵다. 본인도 자기를 지칭하는 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김씨 이씨처럼 몇몇 성씨가 중복되는 경우가 많아 성만 부를 수도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 벌어지고 있다.
더 이상 방치할 문제가 아니다.
①의 경우는 '한국어 영문표기 통일사전'을 마련해 바로잡아야 한다.
그리고 해마다 국어학자 몇몇이 모여 결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전(辭典)으로 펴내 누구든 이에 따르게 해야 한다. 자식이 태어나면 이름을 짓되 그 영문표기는 사전을 찾아보고 적는 식이다. 특히 성(姓)의 경우는 사전에 통일된 표기방식으로 해야 한다. 다만 영어권 사람들의 발음을 가능한 한 고려해서 우리의 원음을 최대한 살리는 게 서로에게 좋을 듯하다.
②의 경우는 성을 앞에 두고 이름을 뒤에 했으면 한다. 즉, 'Kim ChiDong'으로 하는 식이다. 훨씬 혼선을 줄일 수 있고 무엇보다 언어표기방식, 그것도 외국의 성명표기법에 따라 우리 고유의 성명의 앞뒤를 바꾼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게다가 한국인 이름은 성과 이름을 함께 부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성과 이름을 동일체처럼 '김치동'으로 부르면 한국 실정에도 맞고 부르는 서로가 곧바로 알아들을 수도 있다.
그리고 외국인에게는 한국에서는 성이 앞에 가고 이름이 뒤에 가니 그렇게 알고 따라 달라고 하면 되는 것이다. 미국 전대통령 'Bill Clinton'이나 농구선구 'Michael Jordan'을 한국어로 하면서 '클린턴 빌', '조단 마이클 '이라고 하지는 않지 않는가.
그리고 성과 이름을 구분한다고 콤마(,)를 넣는 것도 좋지 않다. 콤마를 넣지 않는 게 영어식 관행과도 부합하고 성과 이름은 뛰어쓰기를 함으로써 얼마든지 구분할 수 있기도 한 것이다. 한국어든 영어든 일어든 아랍어든 다 같은 방식으로 해야 한다.
③의 경우는 우선 중국과 일본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성명 중 하나를 쓸 경우 성만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축구경기에서 등에 이름은 전혀 적지 않고 성만 기재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인의 경우는 성명을 모두 표기하는게 1순위로 맞을 듯싶다. 대부분이 김, 이, 최 등 몇몇 성씨인 경우가 많아 몇 명만 모여도 여러 사람이 중복되고 성씨는 한 글자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그렇다. 성과 이름도 주로 두글자 아니면 세글자라서 표기해야 할 알파벳 철자가 많지 않고 말로 할 경우도 한 번에 다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굳이 글자수가 너무 많아 성이나 이름 중에 하나만 사용할 경우에는 성은 그대로 표기하되, 이름은 영어 대문자 첫글자를 적는 게 맞아 보인다. ‘Hong C. Y.’이라고 적는 식이다. 한국인은 성만 부르는 것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는 만큼 그러한 정서에도 부합하고, 외국인이 쉽게 구분하여 사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영어권 사람들이 대개 이름을 즐겨 사용하는 관행과도 부합한다. 다만, 유니폼 등번호를 표기할 때 길면 글자 크기를 줄여서라도 다 적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도저히 그러할 수 없는 상황에 극히 제한적으로 사용되어야 할 것같다.
그리고 '쟌슨(죤슨.Johnson)'을 '존'이라 하는 것처럼 애칭을 즐겨 부르는 영어권국가들과는 달리 한국 이름은 약칭이 없는 만큼 이름을 모두 표기하되 외국인이 발음을 바로 하도록 이름 각 낱말마다 대문자로 쓰면 좋을 듯 싶다. 'Kim ChiYong'이라고 하면 'Kim Chiyong'이라는 것보다 외국인이 알아보기에도 낫지 않는가.
'Kim Chi-Yong'처럼 '-(하이픈. Hyphen)'을 넣는 것도 좋지 않다. 장음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고 이름에는 거의 쓰지 않는 방식이다. 또한 이름은 하나의 단어처럼 함께 이어서 발음하는 만큼 'Kim Chi Yong'이라 해서 낱말마다 각각 떼어서 발음하는 것도 좋지 않다.
동양과 서양은 다르다. 그렇듯 언어표기 방식이 다른 것은 당연하다. 성명도 다를 바 없다.
그런데 여기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동양 특히 한국적 원칙은 소중한 원칙이자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볼 때 우리손으로 자기중심적 사고에 따른 표기와 발음을 먼저 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러한 개성은 영어권 국가들도 당연히 존중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 영어사용자들의 방식과 관행을 최대한으로 반영하여 언어소통으로 인한 혼선을 줄여나가면 될 일이다. 그리고 영어권 사람이나 국가에는 한국이나 동양은 이름을 영어로 표기하더라도 성을 앞에 둔다는 것을 널리 알리고 보편화 하면 되는 일이다.
남에게 존중을 받으려면 자기부터 자신을 소중히 하고 제대로 표현 해야 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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