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CI(Scientific Citation Index) 이야기 | ||||
과거에는 특정 과학자가 연구한 내용을 논문 대신 책으로 발표해도 대단한 찬사를 받을 수 있었다. 예를 들자면 1543년에 발표된 코페르니쿠스의『천구의 회전에 관하여』와 베살리우스의『인체의 해부에 관하여』는 중세과학을 무너뜨리고 근대과학의 시초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대단한 책이었다. 그러나 21세기에 접어든 지금은 어떤 과학자도 책으로 자신의 업적을 발표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과거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해진 21세기 정보화 사회에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업적을 책 한 권 분량에 이를 때까지 쌓아간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내가 쓴 논문을 다른 과학자가 얼마나 인용하는가에 대한 정보 검색 1953년 Nature지에 발표되어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업적 중 하나라 인정받는 왓슨과 크릭의 DNA 구조에 대한 논문은 오늘날이라면 게재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54년이 지난 지금 Nature에 실리는 논문과 비교할 때 왓슨과 크릭의 논문은 단 한 쪽에 불과할 정도로 너무나도 간단하기 때문이다. 시대가 바뀌면 과학계도 바뀐다. 논문의 길이도 시대에 맞추어야 하고, 책으로 발표하던 업적도 이제는 논문으로 발표하는 시대가 되었다. 우수한 논문은 무엇으로 평가하는 것이 좋을까? 여러 가지 기준이 있을 수 있겠지만 최근에 가장 흔히 사용하는 기준은 “얼마나 많이 인용되는 논문에 내 논문이 실리는가” 하는 것이다. 이것보다 “내 논문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인용했는가”를 기준으로 할 수도 있을 것이며, 실제로 노벨상 수상자들의 면면을 소개하거나 누가 노벨상 후보로 거론된다는 이야기를 할 때는 후자의 방법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20년 전만 해도 우리 나라 각 대학 도서관에는 얼마나 많은 논문을 보유하고 있는지가 그 도서관의 우수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의 하나였다. 그러나 IT 산업이 발전하여 정보의 중요성이 더해지면서 이제는 도서관에서 보유하고 있는 책과 논문의 양보다 도서관 사이트에서 어떤 정보를 얻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요소가 되어 가고 있다. 매스컴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SCI란 용어는 Scientific Citation Index의 약자로 미국의 톰슨(www.thomson.com)이라는 회사에서 관리하는 과학논문 인용색인을 가리킨다. 톰슨사는 현재 전 세계에서 과학논문에 대한 가장 방대한 자료를 관리하고 있는 회사이지만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어떤 논문이 발표되고 있으며, 그 논문을 인용한 다음 논문에는 어떤 것이 있고, 특정 논문은 얼마나 많은 빈도로 인용되고 있을까?”라는 사소한 의문에서 출발해 오늘에 이른 회사다. 톰슨 회사 외에도 비슷한 의문에서 출발한 회사 또는 단체가 있으므로 각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등재된 학술지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며, 톰슨사는 날이 갈수록 많은 논문에 대한 자료를 수집해 ISI(institute for scientific information)라는 이름으로 SCI, SCIE, SSCI(social science citation index), AHCI(arts and humanities citation index)와 JCR(journal citation reports) 등에 대한 자료를 구비하고 있다. 비하하자면 일개 회사의 자료에 들어 있는 인용빈도를 이용하여 과학적 논문과 과학자의 우수성을 평가한다는 것이 이해가 안 가는 일이기도 하지만 톰슨사에서 제공하는 인용지수(impact factor)에 따르면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Cell, Science, Nature와 그 자매지 등 과거부터 훌륭하다고 알려진 논문들의 인용지수가 대략 30-45점 정도로 높게 나타나고 있으므로 초기에는 톰슨사의 자료를 외면했던 저명 학술지들도 이 회사에 협조적인 태도로 바뀐 것들이 많아짐에 따라 이제는 다른 분야는 몰라도 과학학술지에 대한 평가를 할 때는 SCI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인용지수로 본 한국 과학의 현실 약 10년 전부터 톰슨사의 SCI가 한국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많은 대학교에서 교수업적을 평가하기 위해 SCI에 따른 평가방법을 도입하고 있으며, 국가에서 지급하는 연구비라도 수혜하려면 SCI에 등재된 학술지에 논문을 몇 편이나 발표했는지를 토대로 연구책임자가 얼마나 훌륭한 연구능력을 갖추고 있는지가 평가의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국내에서 발행되는 잡지들도 SCI에 등재되는 것이 첫 번째 과제이고, 등재된 후에는 높은 인용지수를 얻는 것이 두 번째 과제처럼 되어 가고 있다. 과학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정보 사이트 중 하나인 생물학연구정보센터(Biological Research Information Center, bric.postech.ac.kr)에는 SCI 인용지수가 10점 이상인 논문을 발표하는 한국인들을 소개하는 "한국을 빛내는 사람들"이라는 항목이 있을 정도다. 그런데 여기에 소개되는 우수한 한국인 과학자의 수가 날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으니 "잘 나가는 한국 과학자가 많다"는 것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생물학연구정보센터가 자료를 정리하기 시작한 후 현재까지 SCI 인용지수 10점 이상의 논문을 5회 이상 발표한 과학자만 해도 17명이 있고, 새로운 한국인 과학자들이 이름을 올리는 빈도가 잦아지고 있으므로 한국 과학이 발전하고 있다는 데에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정보화가 많이 진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역사를 추적해 볼 자료가 아직 부족하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미 은퇴한 지 16년이나 되신 가톨릭대 심봉섭 명예교수께서는 Nature에 교신저자로 세 번, 주저자로 한 번 모두 네 번이나 논문을 게재함으로써 선진국에서 한국에 과학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던 시기에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일이 있으나 이와 같은 내용은 후학들에게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톰슨사도 과거의 자료를 꾸준히 보충하여 오늘에 이르렀으니 우리나라의 정보사이트들도 더 많은 자료를 구축해 주기를 기대한다. 한편 외국의 훌륭한 학술지에 게재되는 한국인 과학자의 수가 늘고 있는 것과 함께 한국에서 발행되어 SCI에 등재되는 학술지 수도 늘어나고 있고, 인용지수도 비록 완만하지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한국 과학계의 진보를 증명하고 있다. (표 참고)
◆ 표 설명 : 연도별 괄호 안의 숫자는 한국에서 발행되는 잡지 중 SCI와 SCIE에 등재된 수를 가리킨다. 각 연도별 인용지수는 보통 다음해 6월경에 발표되므로 2006년의 인용지수는 2007년 6월에 발표된 것이다. 세계적으로 크게 인정받는 학술지들의 인용지수가 10점 이상인 것과 비교하면 아직 인용지수가 낮은 상태지만 대한생화학·분자생물학회에서 발행하는 Experimental and Molecular Medicine의 경우 일본 생화학회에서 발행하는 Journal of Biochemistry의 인용지수인 1.963보다 더 높아서 이 분야에서 아시아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한국에서 발행되는 학술지들의 인용지수는 계속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 한국 과학계의 앞날을 밝게 해주는 한 가지 요인으로 판단된다. 특히 21세기 시작과 더불어 세계사의 중심에 위치하려고 거의 모든 분야에서 무리한 시도를 하고 있는 중국에서는 학술지의 인용지수를 올리고자 톰슨사에서 인정하지 않는 편법을 동원함으로써 SCI에 등재되어 있던 잡지가 어느 날 갑자기 취소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으나 한국의 잡지들은 그런 무리한 수를 두지 않고도 계속 인용지수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더욱 희망을 가지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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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won Lee 2010/05/11 11:23
명색이 연구자이면서도 이런 데는 거의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무엇인지는 알고 지내야 되겠다 생각했는데, 좋은 소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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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bus 2010/05/15 10:56
연구자의 성과에 대한 평가는 Impact Factor 에 의존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기에 단기연구 성과 보다는 장기성과를 낼 수 있는 아이디어를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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