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노의 시대를 넘어서 ① 이제는 공감자본주의다 ◆
모든 분노의 원인을 국가나 사회 탓으로 돌리는 경향은 잘못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분노를 다스려야 하는 1차적인 책임자는 개인이라는 얘기다.
앨리스 첸 시에나랩스 설립자 겸 최고전략책임자(CSO)는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불리한 사회적 조건을 가졌다는 사실이 좋아하는 일에 더욱 몰두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며 "젊은이들은 기존 성공의 틀을 버리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기를 바란다"고 충고했다.
첸은 동양인 여성이라는 한계를 딛고 미국 사회 주류로 성장한 인물이다. 이식 가능한 인공 간, 새로운 휴머노이드 쥐 모델 개발 등으로 혁신을 이끌어왔다. 미혼모 밑에서도 얼마나 훌륭히 성장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첸은 "젊은이들은 나처럼 분노 에너지를 생산적인 분야로 돌릴 수 있다"며 "현실에 맞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부터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종민 인제대 서울백병원 정신과 교수는 "한국인들이 서양인들보다 분노하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원래 내것인데`라는 심리가 한국인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한국인은 100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식민지 지배나 6ㆍ25전쟁, 외환위기 등 큰 외적 변화를 겪었다"면서 "이 때문에 자신과 관계없는 차별에 대해서도 무의식적으로 분노한다"고 진단했다.
우 교수는 "차별에는 분노하되 차이는 인정해야 한다"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불공평이란 근본적인 발전의 동력이자 필요악이다"고 조언했다. 우 교수는 "어떤 일이나 경제적 성공이 100% 만족을 주지 않는다"면서 "나의 취미, 나의 즐거움, 내게 소중한 사람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나의 삶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분노감을 느낄 때마다 `내 분노가 정당한가` `이렇게 화를 내는 것이 좋은 해결 방법인가` `나에게 유익한가` `다른 대안은 없는가` 등의 4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라고 조언했다.
한잔의 술에 기본안주는 ‘뒷담화’
가장 많은 경우는 ‘어떻게 해서든 그 상황을 참고 지난 뒤 한잔의 술로 마음 달래기’다. 술 좋아하는 사람들은 당연하게 이 방법이지만 술이 약한 사람도 가장 손쉽게 택하는 방법. 물론 술을 마시면서 다른 동료와 상사와 회사에 대한 뒷담화는 기본 안주. 사실은 술 자체보다는 술을 마시면서 입 밖으로 분노의 감정을 표출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감정을 분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또 같은 직장인들끼리 해결하지 못하는 내용을 몇시간 씩 마주앉아 하소연하고 나면 그 다음은 허탈하고 씁쓸한 기분으로 전이되기도 한다.
분노의 메신저질
어이없는 내용으로 짜증을 내거나 말을 바꾸거나 상대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상사와 선배. 싸~한 분위기 속 얼음물이라도 끼얹은 듯 조용해진 사무실에서 ‘타타타탁’ 빠른 박자로 자판 두드리는 소리만 들린다면 그 소리는 메신저로 억울한 심경을 토로하는 것일 확률이 높다. 한 사무실 안이라면 그 정황을 모두 알기에 더 짜증스러운 반면 심경토로에는 더 용이하다. 사내가 아닌 친구 등 다른 관계라면 조금 답답하긴 해도 인간적인 위로를 받거나 앞의 ‘한잔 술’ 약속을 받아낼 수 있다.
에라 모르겠다, 그분 모시기
퇴근 시간 가까울 무렵이었다면, ‘한잔 술’을 마시기로 약속한 지역이 백화점이나 쇼핑몰 부근을 지나야 하는 곳이라면, 마침 인터넷쇼핑몰의 장바구니에 담아둔 물건을 보고만 있던 상황이라면 ‘그분을 모시’고 본다. 실제로 지르기는 순간적인 쾌감을 가져다준다.
원하던 물건을 손에 넣게 됐을 때의 쾌감은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버린다. 이런 식으로 여자들은 가방이나 비싼 화장품 등을 장만하고 남자들은 카메라나 디지털용품 크게는 자동차까지 구입한다.
물론 뒷감당을 해야 할 상황이 도래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제는 정말 때려칠 수 없게 된다. 더 참아야 한다. 고통의 도돌이표라고나 할까.
가장 뒤끝 없는 ‘일단 자고 보기’
직장생활 뿐 아니라 다른 상황에서도 효과적이며 뒤끝 없고 건강에나 금전적으로나 여러모로 효율적인 방식. 80% 이상의 높은 효과를 자랑하는 치유력. 다행히 퇴근 시간이나 금요일 오후에 벌어진 일이라면 바로 퇴근하여 주말 내내 자버리면 좋은데,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휴게실이나 빈 회의실 등 가능한 공간을 찾아가고 점심시간을 활용하기도 한다. 신묘하게도 화가 나면 바로 잠이 쏟아지는 사람도 있다. 그런 체질 중 하나인 Y대리는 단 10분 자리에서의 쪽잠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현명한 자들의 선택, 운동
연기자 차인표는 가끔 극중에서 분노의 운동 씬을 보이곤 한다. 다른 남자와 스캔들을 일으킨 약혼녀의 기사를 보고 피트니스센터에서 엄청 무거운 머신을 들어 올렸다 내렸다 하던 장면은 드라마 '불꽃'의 명장면 중 하나. 운동을 통해 뇌에서 분비되는 아드레날린은 신체적 고지에 달했을 때 다른 물질로 전환되어 아편이나 마약처럼 작용하는 스포츠 하이(Sports-High) 효과가 있다. 하지만 차인표처럼 CEO가 아니라면 상사에게 깨지고 난 뒤 스포츠센터를 찾을 수는 없는 법. 극단적인 상황이라면 일단 사무실 밖으로 나가 걷는다. 정신적인 압박과 스트레스에는 걷기만한 것이 없다.
나를 위로하기
좀 더 소극적이지만 즉각적으로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일들이 몇 가지 있다. 일단 그 공간을 벗어나는 것은 확실히 도움이 된다. 물론 견디기도 힘들 테지만. 조용히 나가서 창 큰 커피숍에 앉아서 차 한 잔 마시다보면 어느 정도는 진정이 된다. 흡연자들은 담배를 먼저 찾게 되는데 금연빌딩이 대세인 요즘 바람 부는 골목길이나 지저분한 쓰레기통 근처에서 담배를 피우다보면 기분만 더 을씨년스러워지므로 가급적 커피숍을 이용할 것을 권한다. 단 것 먹기도 좋은 방법이다. 단것은 기분을 좋게 하고 초콜릿에는 상처받은 감정을 치유하는 성분이 들어있다. 술을 마시는 것도 물건을 지르는 것도 여기에 속하는 방법이다.
고수로 갈수록 마인드콘트롤
7년차 이상의 고수로 넘어갈수록 마인드콘트롤은 유연해진다. 초보자라면 ‘어쨌든 이 상황을 넘겨보자’라든가 ‘이 모두 지나가리라’ 등의 주문을 외운다. 내공이 쌓이면 저절로 정신과 육신이 분리되어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현실에 무감각해진다. 그보다 더 고수가 되면 ‘그 상황을 받아들이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상사가 하는 말이 다 맞고 ‘그래 이게 조직이고 회사지’라고 이해하게 된다. 몰아일체(沒我一體)의 경지다. 물론 싱크로율도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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