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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6/08 정통경제학 대부분은 ‘쓸모없는 이야기’
2008/06/08 02:35

정통경제학 대부분은 ‘쓸모없는 이야기’

정통경제학 대부분은 ‘쓸모없는 이야기’
  • 무용지물 경제학/베르나르 마리스 지음/창비/1만8000원
    21세기는 경제가 세상을 주도하는 세계화시대이자 경제학이 사회담론을 독점하고 있다. 경제학은 효율이나 경쟁력을 창출해내는 사회과학의 여왕으로 군림하고 정치·행정·언론 등 사회 각 분야의 엘리트 중 경제학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무시당하기 일쑤다. 그런데 정말 경제학이라는 학문의 제단에 우리 사회의 미래와 운명을 맡겨도 되는 것일까? 파리8대학의 경제학 교수인 베르나르 마리스는 그의 저서 ‘무용지물 경제학―정통경제학의 신화를 깨뜨리는 발칙한 안내서’에서 이처럼 세계를 지배하는 정통경제학이 현실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은 물론, 복합적인 사회적 현실을 그들이 상정하는 ‘유토피아’에 꿰맞추려 한다고 역설한다.

    지은이가 책에 인용한 정통경제학은 학자들의 상상 속에서나 존재하는 완벽한 세상이다. 내버려두면 모든 것이 스스로 조화롭게 조정되는 천국이다. 그리고 경제학 원리를 운운하는 지배세력은 이 환상과 허구의 유토피아에 맞추어 세상을 바꾸려고 애쓴다. 과거 공산주의가 그러했듯이 학문이 이해·분석의 도구가 아니라 이데올로기로 돌변해버렸다. 기존 경제학에 대한 그의 신랄한 비판이 더욱 설득력있는 까닭은 정통경제학의 독실한 후계자들이 발표한 최신 연구결과 자체로써 과학을 빙자하는 경제이론의 무모함을 꼬집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 분야의 시장을 민영화하면 경쟁이 확산되어서 전체적으로 더 효율적인 경제가 된다는 경제학자들의 주장을 반박한다. 완전경쟁과 이에 따른 최적의 효율성은 하나의 가설에 불과하며 정작 현실에서는 경쟁과 효율이 비례하지는 않는다는 패러독스를 내세운다.

    책 제목처럼 정통경제학의 상당부분과 그들의 논리는 무용지물(無用之物)이다. 정말 경제학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학문이라면 경제학자들은 모두 백만장자가 됐을 거라고 지은이는 비웃는다. 그들의 주장이 복잡한 수치와 전문용어로 포장되어 과학적이고 신뢰할 만한 내용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무런 과학적 근거도 없다며 비판한다.

    지은이는 책 후반부에 대안적 경제학을 제안한다. 경제학은 비현실적 가설과 수량화된 어려운 방정식의 풀이가 아니라 역사와 현실을 탐구하는 학문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그 속에서 인간은 ‘파블로프의 개’처럼 단순하게 반응하는 ‘호모 에코노미쿠스’가 아니라 복합적인 사회적 존재로서 재조명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현상을 인류학·사회학·정치학·심리학 등 다양한 각도로 접근해야 한다. 특히 경제발전을 포함한 인류의 진보는 시장중심주의가 낳는 사유화와 적대적 경쟁관계가 아니라 호혜적 교환과 교감에 의해서 성취됐다는 주장은 경청할 만하다. 인류가 지속적으로 발전한 이유는 바로 언어·소통·기록 등을 통한 지식의 축적은 새로운 아이디어·기술·지식을 무상으로 제공한 위대한 영혼들의 기여 덕분이다.

    지은이가 활동하는 프랑스보다 주류경제학과 자본주의 이데올로기가 더욱 기승을 부리는 한국에서 이런 저자의 외침은 생경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의 ‘비영리적인’ 혹은 ‘공짜’ 지식이 없었다면 2000년 후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가 등장할 수 있었겠냐는 지은이의 은유처럼, 기존 정통경제학이 ‘무용지물’로 간주하던 희생·봉사·연대의 정신이 진정한 성장과 발전을 가져온다는 새로운 경제학은 우리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선사할 것이다.

    조홍식

    옮긴이·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기사입력 2008.06.07 (토) 13:37, 최종수정 2008.06.07 (토)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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